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短想

갈고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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접점. 나와 세상이 맞닿은 접점.

그 접점을 형상화 한다면 아마도 휘어진 갈고리 모양일 것이다. 누군가가 나를 향해 던진 뾰족한 갈고리는 내 피부를 꿰뚫고는 튼실히도 꽂혀있다. 갈고리는 굵은 동앗줄로 이어져 있다. 사람들은 그 줄을 이리 당기고 저리당기며 나를 입맛대로 움직이려 든다. 한 번 내게 꽂힌 갈고리는 자력으로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.

이런 그림이 될 것이다. 어느 1인용 바위섬. 배경은 검붉은 색이 좋겠다. 철썩이는 붉은 파도는 바위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숴진다. 등을 보이고 있는 그림 속 모델은 피부조차 드러난 채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서있다. 그리고 피부를 꿰뚫고 있는 묵직한 갈고리들, 저멀리 안개 속으로 이어진 팽팽한 동앗줄.

이런 흉기들이 얽히고 설킨 광대한 네트워크를 뭇 사람들은 인간관계라고 부른다.


"그러니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욧!"

어느 한 줄이 팽팽히 당겨질 때마다 그의 마지막 외침이 내 귓가에 들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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